유독 비바람이 거센 밤이었다. 큰 로브로 몸을 감싸고 있지만, 이미 안에 입은 옷은 축축하게 젖은 지 오래다. 질척한 진흙이 신발 밑창에 달라붙었고, 젖은 나무뿌리는 내딛는 걸음을 미끄러지게 만들었지만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. 어둠에 잠긴 숲은 코앞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, 거의 짐승적인 육감을 이용해 걸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목적지가 눈에 들어왔다. 작은 오두막에서 새어나오는 빛은, 아마 현재 숲 속에 존재하는 유일한 빛일 것이다. 그제야 푹 눌러쓴 후드를 벗고, 집 가까이 다가가 창문을 통해 내부를 살폈다. 시선을 주자마자 창문을 등지고 앉아 있는 소년을 볼 수 있었다. 나무로 된 낡은 문이 바람에 덜컹거리고, 이따금 천둥번개가 몰아쳤지만, 보라색 머리를 헐렁하게 대충 묶은 소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. 그 모습에 입가가 올라갔다. 이런 궂은 날씨에도 찾아온 가치가 있는 것 같다.
쾅쾅
문을 두들겼지만 안은 조용했다. 문이 흔들리는 소리에 뒤섞여 잘못 들은 거라고 착각하기라도 한 것일까.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이 없어 다시 손을 들어, 아까보다 거세게 문을 두드렸다. 때마침 거센 비바람이 조금 잦아들었다. 청각을 세워 문 안의 소리에 집중하니,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. 이윽고 낮은 발자국소리가 다가왔고 문이 살짝 열렸다. 비좁은 문틈으로 경계심 가득한 보랏빛 눈을 볼 수 있었다.
“…누구시죠?”
이런 날씨, 이런 시간에 자신을 찾아온 불청객에 대한 경계심이 가득한 목소리에 소리 내어 웃을 뻔했지만, 애써 꾹꾹 누르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.